카페에 들어선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 깊었다. 큰 키와 서글서글한 인상,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는 흡사 유명 모델을 떠올리게 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모른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항상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었다. 달력, 잡지, 앨범 커버 등 우리 곁에서 외로움, 절망,쓰라림 같은 아픔을 달래주는 치료제다.
<그림>
Q. 본인의 그림을 작가로서 평가했을 때의 점수.
100점 만점에 60점 ~ 70점. 가장 큰 이유는 그림의 완성도, 퀄리티보다 색감과 느낌이 제 그림은 대부분 따뜻해요. 차가운 색을 써도 따뜻한 색감이 나요. 보시는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은 그림이다 보니, 그런 식으로 노력을 하고 있어요. 감성의 점수랄까...
ⓒinstagram.com/cjro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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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느 블로그에 ‘최정현 작가의 그림에는 커피, 담배, 연기(향기로 생각하겠다.)가 많다.’는 글이 있었다. 좋아하는 담배와 커피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담배는 말보로 레드. 담배는 이제 한 달 이내에 끊어야 할 것 같아요. 향기도 맞고 연기도 맞아요. 그런 의도로 넣은 거예요. 커피 잔에서 나오는 김, 연기와 배경의 연기가 동일해요. 어느 하나를 정해서 그린 건 아니고, 예전에는 그 연기가 지금처럼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림 안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직접적 요소로도 쓰이지만,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그림 안에서의 흐름과 공기의 방향을 읽을 수 있잖아요. ‘남녀의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는구나.’ 모든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어서 쓰고 있어요.
담배는 피는 장면보다는 담배 캐릭터가 들어간 경우가 많아요. 어릴 때 연애를 하고 아픈 이별을 했을 때 담배를 시작한 거라서, 이별과 사랑에 대한 아픔을 위로해주는 녀석으로 그려 넣은 거예요. 지금은 행복한 사랑을 하고 있지만 항상 있는 거죠. 지금은 뺄까말까 고민 중이에요. 만약 금연하게 되면 그런 그림이 그려지겠죠. 인사하면서 떠나는...
Q. 다른 분야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웹툰 제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거절한 이유는 웹툰은 그림을 잘 그려서 되는 분야가 아니에요. 제가 잘 그린다는 얘기가 아니라, 스토리 작가 분과 함께 만들어 가야하는 부분이고 웹툰에 대한 노고를 겪어보진 않았지만 주변에 많은 분들이 하시다보니 워낙 잘 알아서, 제가 함부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을 안 해요.
제 분야를 더 발전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림으로 연관돼서 콜라보 작업을 시도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제가 시도할 여건이 된다면 하고 싶어요. 아직은 일러스트 분야에 최선을 다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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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로 살아가기 어려운 점.
이건 단순히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문화와 교육의 문제인 것 같아요. 너무 빠른 시간에 발전을 했기 때문에 예술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알기로 요즘 중학교, 고등학교 과목 중에 예체능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있어도 1학년 때만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수능에는 필요가 없으니까 뺏겠죠. 이걸 듣고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예전에는 그림 그리는 사람을 환쟁이라고 부르면서 무시했는데, 지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드러나는 대우가 전보다는 좋아진 것 같지만, 그걸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이 다 바뀐 건 아니라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 15년 정도 엄청난 준비를 하잖아요,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에요. 이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지 못하지만, 그렇게 인지를 안 하는 거죠. ‘그림은 그리기 쉽구나.’ ‘가수니까 노래 부르는 게 쉽겠지.’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힘들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고, 그림이 팔리면 그 돈으로 재료 사고 생활비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게 순환인데, 문제는 이게 안 돌아가요. 그림을 그려서 올리면 ‘와 예쁘다.’ 폰으로 찍고 그냥 가요. 그러면 끝이에요. 전시를 하면 대관료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빚이 생기고, 작가는 다음 작품을 하기 위해서 또 빚을 내고, 또 다음 전시회도 빚을 내요.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소수잖아요.
그 분들은 논외로 두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음악 하는 분들도 그렇고, 그걸 받아들이는 대중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가치 있게 준비했구나.’를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전공이 아니더라도 남학생들 체육시간 좋아하잖아요. 우리나라 학생들 아침부터 앉아있는데, 체육시간 만이라도 움직여야 건강에도 좋고, 음악도 그 시간에 부르고 풀어야 좋은데 그걸 금지시키는 것 자체가 너무 황당했어요. 이 친구들은 대학에 가서도 공부하고 취직하고,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지, 너무 슬펐어요. 이런 악순환은 한 명이 나서서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게 바뀌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한 건 이거에요. 전혀 정치적 의도는 없는 이야기에요. 작년 세월호 때 모두가 충격을 받았잖아요. 시위에 한 번 간적이 있었는데, 그 뒤에 못 나갔던 게 차비가 없어서 못 갔어요. 이거 때문에 고민을 했어요. ‘무리를 해서라도 내가 저기에 나가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외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마음속으로 항상 생각해두되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뭔가 보여주는 게 맞는 걸까.’ 결론은 내 분야에서 성공해서 같은 한 마디를 해도 파급력 있는 사람이 돼야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돈이 없으니 교통비를 빌려서 가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여도 예전만큼의 힘이 안 생기기 때문에 힘을 만들어야 된다고 느꼈어요.
돈이 많으면 힘을 만들기 정말 쉽겠지만요. 돈이 많으면 미술 대학 졸업하고 카페 겸 갤러리를 차려서 전시하고 파는 거예요. 실제로 이런 루트가 돌아가요. 돈이 많다는 건 아버지 지인들도 돈이 많겠죠, ‘김씨 아들이 그림 그린다는데, 사줘야지.’이러면 100% 다 팔려요. 이런 친구들이 있어요. 그리고 대다수의 예술가들은 이런 사람을 보면서 꼭 성공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갖죠. 비유를 해서 말했지만 우리나라는 이 격차가 좁혀지지 않아요.
외국에 있을 때 경험했던 건 외국은 예술에 대해 공부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배운 학생들이 더 잘하기 때문에 음악이든 그림이든 대하는 태도가 달라요. 아이가 엄마랑 손을 잡고 걷다가 좌판에서 파는 무명작가의 그림이 예쁘면 가격이 어떻든 간에 사요. 가격에 대해 충분히 지불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죠. 어떤 실험 영상에 개그맨 장동민씨가 그린 그림을 갤러리와 지하철에 놓고 가격 비교를 한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심리적으로 그렇게 느낄 수는 있지만, 유명 화가가 그린 게 아니더라도 맘에 든다면 충분히 살 가치가 있다는 거예요.
이런 인식이 자리 잡기위해 대중들이 바뀌길 바라는 것보다 제 자리에서 유명해져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풀어서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통 질문>
Q. 그림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하는 궁극적인 건 제 위로에요. 저 스스로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저를 지탱시킬 수 있는 행위고,보시는 분들이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으면 해서 그리는 거예요. 계속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40 ~ 50대가 되어서 이런 비슷한 꿈을 갖고 활동하는 젊은 후발주자 분들이 한국에서 활동하기 조금이나마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목표가 있어요.
그렇게 되려면 결국 제가 열심히 해서 유명해져야 하는 부분이고, 가장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어린 친구들을 후원하고 싶어요. 이건 웃긴 이야기인데, 후원은 절대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아무도 못 믿겠어요. 저는 되게 긍정적인 녀석인데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슬프게도 후원금에 대한 것은 아무도 못 믿겠어요. 뉴스에서도 많이 봤고, 적십자 사건, 세월호 성금만 봐도 너무 많이 보니까 다 필요 없고 제가 직접 손에 쥐어주든, 뭘 해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재단이라기보다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서 강사 분들이 무상으로 교육을 해주는 것들을 하고 싶어요. 이건 완전 장기적인 거라서 급하지 않아요. 이 목표는 쑥스럽기도 해서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말을 안 하는데, 꼭 하고 싶어요. 어린 친구들 손재주가 정말 좋고, 정말 잘 그리는데 자기가 잘 그리는지 몰라요. 문제는 아까 말한 교육환경으로 들어가니까 미술을 접할 기회가 없어지는 거죠.
Q. 5년 후의 모습.
5년 이면 36살인데... 변하지 않을 건, 똑같이 철없고 똑같이 농담하기 좋아하고, 성격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대신 5년 후에는 최소 책을 3권 낼 거예요. 제 이야기와 그림이 담긴, 지금 하나 쓰고 있는데, 원래 목표는 출국하기 전에 출간을 하고 싶었는데,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 때가 되면 뉴질랜드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정착해서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큰 꿈보다는 지금 뉴질랜드를 가기 전에 갖고 있던 목표들을 이루고 안정기에 들어서고, 첫 인터뷰에 했던 얘기처럼 인터뷰를 이렇게 편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때가 되면 인터뷰파인더와 한 번 더 재밌게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네요.
Q. 미술학도들에게 한마디.
가끔 중학교 같은 곳으로 진로상담을 가는데, 항상 하는 얘기에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게 죄는 아닌데, ‘모든 친구들이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걷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 뒤의 선택은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단점 때문이라기보다 많은 경험과 시야를 넓히라는 의미에요. 꼭 외국이 좋다는 게 아니라 일단 국내에서 경험을 쌓고, 이 경험은 경계가 없는 거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모든 경험이에요. 그리고 미술을 공부하는 친구라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책을 좋아해요. 다독하는 건 아닌데, 항상 즐겨 읽어요. 여성잡지, 만화책, 소설 등 가리지 않고 읽어요. 정말 도움이 되고 있어요. 웬만하면 종이 책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종이 책을 읽었으면 해요.
많이 읽으라는 건 변하지 않는 조언이에요. 영화든 뭐든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해요. 경험하는 걸 겁내지 말고, 부모님 말 듣지 말라는 거예요. 어떤 의미인지 아시죠?(웃음) 하라는 대로 해서 되는 건 없어요. 부모님 말씀 중에 중요한 것도 있지만,본인이 원하는 건 경험해서 ‘이래서 하지 말라던 거였구나.’라고 깨달으면 되는 거예요. 해보고 깨닫는 거지, 누군가 먼저 얘기해서 결론지어 버리면 스스로 벽을 만드는 거예요.
제발 미친 척하고 아무거나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만큼 그리는 것도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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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읽은 책 추천
얼마 전 이석원 작가님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읽었어요.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읽고 이 분에게 반해버렸어요. 산문이 주는 특별함이 있어요. 자기 얘기를 써놓다 보니 책을 쓴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파악하게 되는 게 있어요. 물론 독자의 착가일 수도 있지만, 이 사람과 가까워진 느낌도 들어요. 옆에서 듣는 기분이에요. 간접적으로 삶을 체험하는...
요즘 읽기 시작한 건 김훈 작가님의 ‘라면을 끊이며’에요. 매번 책을 읽지는 않아요. 한동안 안 읽을 때도 있어요. 두세 달 정도 안 읽다가, 그림을 그릴 때 답답할 때 열이 받고, 서점을 털러가죠. 한 번 빨아들이는 시점이 있는데, 이외수 작가님 팬인데, 신작이 나와서 이거까지 읽으면 12월은 풍족하게 보낼 것 같아요.
본인은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 충분히 성공하고 멋있다.
항상 불특정다수에게 저를 설명할 때 하고 싶은 얘기는 당연히 진지한 면도 있겠죠. 엄청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을 보면 멋있다고 느낄 수 있어요. 노력한 부분만 모아서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하겠죠. 결국에는 이 모든 게 자연스럽게 녹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무언가 독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러면 지쳐서 떨어져 나가요. 강요를 한다든가 가둬두면 못 견뎌요. 약간 한량 같은, 풀어놓으면 더 잘하는 스타일이에요. 책을 4 ~ 5개월 안 읽다가도 꽂히면 일주일에 몇 권씩 읽기도 해요.
그림도 올해 목표로 잡았던 게 하루 한 점 완성이었어요. 며칠 전에 세보니 400장이 넘었더라고요. 이걸 강제적으로 했다면 못 했을 거예요. 누군가 절 봤을 때 슈퍼맨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클라크 켄트가 평소에는 엄청 찌질하잖아요. 근데 평소에도 쫄쫄이 입고 멋있게 돌아다니면 멋이 떨어질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킥킥대고 헛소리하면서 재미없는 농담하고, 혼자 카페에서 인스타를 하지만, 할 때는 하는 거죠.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은 제 노력을 알지만, 대중들에게는 처음부터 그게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보다 여유로운 사람처럼 비춰지지만 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면서 진지한 면까지 알게 된다면 저만의 매력적인 진짜 모습이 더 어필되지 않을까 싶어요. 겉으로 멋있으면 별로잖아요.(웃음)
Q. 최정현에게 그림이란?
저를 치료해주는 약이에요. 그건 변하지 않아요. 성격이 차분한 편은 아니에요. 욱하고 급하고 소리 지르는 성격이에요. 사회생활과 금전적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그림이 아니었다면 분명 안 좋은 쪽으로 빠졌을 거예요. 그림을 그리는 시간동안 잡념이 사라지고 차분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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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추후 활동 계획.
1월 4일 출국을 하면 2~3개월은 준비를 할 거예요. 디자인 일러스트 관련 직장과 함께 갤러리 쪽을 컨택할 예정이에요.뉴질랜드에 가더라도 지금 쓰고 있는 책의 초고를 완성해서 출판사와 컨택 후 내년에는 출간을 할 예정이고, 아마 제목은‘일상의 온도’가 될 거에요. 산문집이에요. 얼마 전 전시회가 ‘가을의 온도’였는데, 이런 류의 궁상맞은 걸 좋아해요. 제 인터뷰 내용처럼 삶에서 느꼈던 것, 경험, 제 생각을 정리해서 그 당시의 그림들과 실어 넣을 거예요.
인터뷰 후 이야기.
혹시 ‘아프니까 청춘이다.’ 읽었어요? 저는 다 읽고 열 받아서 던졌어요. 책 초반에 등장하는 인생을 24시간에 비유하는 건 정말 좋았어요. 쓰신 분에 대해 잘 모르니까 함부로 욕하거나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정말 그 책을 쓴 사람이 누구건 간에 제 입장에서 느낀 건 ‘왜 고생 별로 안했는데, 고생한 것처럼, 다 아는 것처럼 쓰지?’였어요. 독자 중 한명인 저는 증오스럽고 같잖았어요. 예를 들면 본인의 이야기를 하되 조언을 하지 않고 그냥 이야기를 산문처럼 풀었다면 모르죠. 거기에 숟가락 얹듯 아파본 것처럼 얘기하는 게 싫었어요.
그럼 의미에서 저는 더더욱 누군가 그렇게 느낄까봐 조심스럽게 쓰고 있어요. 만약 제가 똑같이 돈이 없는 이야기를 소재로 풀어나갈 때 징징거리는 내용을 쓰는 게 아니라, 겪을 때는 힘들었지만 현재는 아무렇지 않잖아요. 그 느낌으로 쓰는 거거든요. 누군가 읽고 ‘나랑 비슷하다.’ 라고 느끼고 용기를 얻을 수 있을거고, 고생을 안 해본 분들도 멋있다고 느낄 수 있는 책이라서, 이걸 보고 욕을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욕을 못하게 할 거예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는 게 아니라서,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그 정도 팔렸다면 저는 그 책을 동기부여 삼고 있어요. 농담반 진담반으로요. 그 책이 20대, 30대에게 이슈가 됐다면 저는 현 시간의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50세에 쓴 자서전이 아니라 동시대의 이야기니까, 두 가지 반응이 나오겠죠. 엄청나거나, ‘나 같은 사람이 있어.’라고 위로 받거나.
허지웅 작가님 되게 좋아하는데, 그 분도 자신이 경험한 결 늘어놓으면서 충고하지 않아요. 자신이 겪은 걸 스스로 결론을 낼 뿐이지. 그 분 이야기에 공감하고 더 좋았어요. 책을 통해서 제 그림의 팬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책만큼 불특정다수에게 어필할 수 있는 컨텐츠도 없다고 생각해요.
Q. 마무리 인사.
점점 모든 분들이 사시는데 빡빡해지고 힘들어지고 있는데, 식상하게 ‘희망을 잃지 말자’, ‘힘내자’ 보다는 힘들면 일탈도 하시고, 대신 건강, 생명을 가지고 장난은 하지마세요. 힘들지만 어떻게든 버텨내는 삶을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분야의 모든 분들, 내년에는 나라, 법에 상관없이 개개인들이 조금이나마 더 위로받고 안정된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올 한해 다들 고생했어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정현 작가 블로그 : http://blog.naver.com/cjhbcl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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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지수
사진/ 이민우
편집/ 안지수 jisoo4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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