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버린 얼굴’, ‘155.5cm’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매우 장난스러운 캐릭터다. 하지만 음악과 공연기획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당당하게 얘기하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는 누구보다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7회를 마친 신얼쇼와 블랭크 크루 활동을 비롯해 최근 5일장 크루 활동과 기존의 공연 방식과는 다른 셀피존까지. 지금까지의 활동보다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신이 버린 얼굴에 대해 알아보자.
래퍼, 공연 기획가 신얼
Q. 인사.
안녕하세요. 블랭크 크루(Blank Crew)의 리더, 5일장 크루에 소속된 ‘신이 버린 얼굴’, 신얼입니다.
Q. 근황.
최근 제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저와 같은 블랭크 크루 소속 치꼬(Chikko)의 싱글앨범 ‘나만 너를 좋아하는 기분’이 공개 되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인데 이렇게 도움을 주게 되어서 기뻐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또 '5일장’이라는 새로운 크루가 생겨서 공연제작도 하고 있고, 제 개인 앨범작업도 하고 있어요.
Q. ‘신얼’이라는 이름이 독특한데.
어릴 때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어요. 지금은 자신감이 붙었지만요. 어릴 때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인터넷 닉네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 당시 버디버디 친구 중에 ‘신이 내린 바지’라는 닉네임이 있었어요. 내 콤플렉스를 더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신이 버린 얼굴’로 만들게 됐어요. 줄여서 신얼이 됐어요.
Q. 언제부터 래퍼의 꿈을 키운 건가.
어릴 때는 굉장히 반항아였어요. 초등학교 때는 그림 그리겠다고 하고, 만화도 그렸었어요. 성격이 신날 때는 신나고, 우울할 때는 굉장히 우울하고, 중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차분해지라고 서예도 배웠었고, 초등학교 때는 축구부도 했어요.
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가 랩을 들려줬어요. 에픽하이의 ‘평화의 날’이었는데, 처음에는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가 이사 간 후, 에픽하이의 ‘뚜뚜루’라는 곡을 우연히 들었는데, 가사가 너무 와 닿는 거예요. 너무 좋았고, 저도 노래로 누군가에게 공감을 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신얼 - 155.5cm(Live Ver.) (feat. 피네) ⓒyoutube.com/SINAOL92
Q. 작년 12월 발매한 ‘155.5cm' 소개.
이 노래는 나온 지 꽤 됐어요. 155.5는 제 콤플렉스를 주제로 다룬 곡이에요. 유쾌하게 승화시키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앨범으로 낼 생각은 없었는데, 주변에서 공연곡으로만 두기에는 아깝다고해서 뒤늦게 앨범으로 제작하게 됐어요.
<크루>
2015년 2월 진행된 블랭크 크루 공연
Q. 블랭크 크루 소개.
2009년에 만든 크루에요. 이름을 만든 계기가 좀 독특해요. 연습실을 대여하러 갔는데, 팀명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거기 담당자 분이 “너희 거기 공백으로 놔둘 거야?”라고 했는데, 다른 친구가 ‘공백’이 좋다고 해서 블랭크(Blank 공백)로 하게 됐어요.
지금은 크루 활동보다는 개인 활동 위주로 하고 있어요. 저를 포함해서 공도하, 홍지, 치꼬, 라건 이렇게 5명이 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더 구하고 있어요.
Q. 크루의 가입조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정말 잘하는데,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뢰를 줄 수 없다면 그 사람은 별로라고 생각해요. 실력은 떨어지더라도, 신뢰가 가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오케이에요.
Q. 블랭크 크루만의 특별함.
전부 다 달라요. 크루라고 생각하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일 것 같은데, 저는 비슷하면 별로라고 생각해서,각기 다른 사람들을 모았어요. 홍지는 쎈 음악, 치꼬는 감성적인, 저는 신나고 우울하고, EDM적인 부분, 공도하는 올드한 음악을 즐겨해요. 다 달라서 볼거리가 많아요.
Q. 5일장 크루.
블랭크 크루는 제가 리더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하고, 5일장은 책임지는 것보다는 배울 점이 많아요.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어요. 5일장 팀원들 대부분 개인 크루가 있어요. 알웨일이라는 친구는 ‘912 크루’, 엔티스트는 ‘맥아더 크루’가 있어요. 각자 속해있는 크루가 있지만 재밌게 놀아보려고 만든 팀이에요.
알웨일이라는 친구가 5일장을 만들었는데, 가입조건이 술을 잘 먹는 거였어요.(웃음)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흥미를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만들었어요. 엔티스트, 라올, 야마, 렛츠고히릿, 저 신얼이 속해 있어요.
Q. 주량은.
한 병 반 정도 마셔요. 알웨일이랑 마시면 항상 필름이 끊겨요. 최근에 엠제로씨랑 마시면서 주량이 늘었어요. 3병정도.
Q. 주량을 방금 정하신 것 같은데.
방금 정한거긴 한데, 누가 술을 세면서 마시나요.(웃음) 얼마 전 엠제로씨랑 3명이서 10병을 마셨어요.
Q. 혼자 10병인가.
셋이서 10병이죠. 혼자서 어떻게 10병을 마시겠어요. 사람인데...(웃음) 셋이서 마시는데, 전혀 취하지 않았어요. 내가 컸구나... 라고 생각했죠.
셀피존 공연
Q. 셀피존.
블루찬 형님이 다 모았어요. 엔티스트가 블루찬 형님과 같은 크루 소속인데, 엔티스트의 5일장 활동을 보시고,크루 연합으로 무언가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모였어요. 먹방크루, DJ 티라노이즈 등이 합류하면서 규모가 커졌어요. 이번에 1회를 진행했는데, 굉장히 재밌었고 관객 분들도 많이 오셔서 놀랐어요.
Q. 셀피존 공연은 다른 공연과 다른 걸로 아는데.
셀피존은 입장료가 아닌 퇴장료를 받고 있어요. 저는 처음에 반대를 했어요. 공연을 보면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나가는데, 특히 소규모 공연의 경우 지인 파티가 될 수도 있고, 다들 그냥 나가 버릴까봐... 퇴장하면서 퇴장료를 받는 것도 부산스러울 것 같았고, 굉장히 꺼려했어요. 다수결에 의해서 퇴장료를 받는 걸로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잘 됐어요.
블루찬 형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가 망하면 어떻고, 잘되면 어떠냐?, 무료공연으로 재밌게 하려던 건데, 돈 남으면 받는 거고, 모자라면 우리가 채우면 되지 않겠냐?” 이렇게 시작한 건데, 터진 거죠.
Q. 래퍼 엠제로와 함께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같이 술을 먹었죠.(웃음) 엠제로씨가 예전에 신얼쇼에 서신 적이 있는데, 새해 인사를 주고받다가 만나게 되었어요. 지금은 함께 앨범 제작을 하고 있어요. 최근 앨범보다 술이 너무 진행되고 있어요.(웃음) 굉장히 재밌는 친구에요.
<신얼쇼>
신얼쇼 7
Q. 신얼쇼 소개.
신얼쇼는 ‘신이 버린 얼굴 쇼’에요. 제가 공연을 하고 싶어서 만든 공연이에요. 어쩌다보니 벌써 7회까지 하게 됐네요. 신얼쇼를 시작한 첫 번째 이유는 제가 무대에 서고 싶어서, 두 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Q. 다음 신얼쇼 계획은.
신얼쇼는 1년에 한 번씩 하고 있어요. 매년 그랬듯이 이번 년도에도 연말에 하지 않을까 싶어요. 거의 12월에 진행을 했었어요.
Q. 신얼쇼에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
저는 타이미씨를 꼭 한 번 초대하고 싶어요. 자이언티, 크루셜스타, 크리스피 크런치 등 많은 분들을 모셨었는데, 타이미씨는 계속 실패하고 있어요. 4회, 5회부터 계속 연락을 드렸는데, 그 때마다 문제가 있어서 함께하지 못하고 있어요. 항상 연락을 드리는데 아직 한 번도 못 모셔봤으니까 지금은 오기가 생겼어요. 그 누구보다 타이미씨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Q. 7회째다. 신얼쇼의 마지막은.
요즘에는 생각이 많아요.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아니면 내 고집이 나를 잡고 있는 건지... 살다보니 능력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하고 싶어서 하고 있지만, 제가 계속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제 실력과 위치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에요.
그래서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공연 때 박수 쳐준 사람들, 앨범 냈을 때 잘 들었다고 댓글 써준 사람들, 남들이 보기에는 작은 것들이지만, 저에게는 매우 큰 것들이에요. 이런 것들 때문에 제가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신얼쇼는 제 고집이죠. 엄청 힘든 상황에서도 1년에 한 번씩 진행을 하겠다는, 다짐, 증명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음악을 계속하는 한 1년에 한 번씩은 진행을 할 생각이에요.
신얼쇼는 1회부터 지금까지 계속 공연장 FF에서 진행을 했어요. 제가 굉장히 고집쟁이에요. 1회 때 50명 정도 왔는데, 이 신얼쇼로 FF를 다 채울 때까지 옮기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세 자리 수를 넘어가는 관객들이 있는 신얼쇼도 있었지만, 세 네 명만 더 오면 좋았을 텐데... 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Q. 신얼쇼는 무료인걸로 아는데.
이 것도 고집이에요. 제 사비를 털어서 하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입장료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료입장이 됐어요. 이건 제 투자라고 생각해요. 신얼쇼를 통해 저를 알게 된 분들이 많아요. 어찌 보면 제 앨범보다 노출도 많이 됐어요.
신얼쇼를 모티브로 여는 공연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분은 신얼쇼를 보고 자기도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하셔서 엄청 뿌듯했어요. 이런 기획공연의 모범이 되고 싶어요.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너무 배가 고프지 않다면 계속 무료로 할 생각이에요.
<공연 기획>
Q. 공연 기획을 배우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신얼쇼에는 흥미가 너무 커서, 이걸로 받는 스트레스도 너무 좋았어요. 포스터 제작, 영상 촬영, 서포터즈 섭외 등의 일들을 제가 전부하면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는 걸 배웠어요. 서로의 중간점을 찾는 게 어려웠지만, 이런 트러블들이 너무 좋았어요.
최근 셀피존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서 만드는 공연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어요.하지만 두 공연 다 저에게 많은, 좋은 경험을 줬어요.
Q. 신얼이 생각하는 국내 공연의 문제점이 있다면.
‘엠팩쇼’라는 공연을 기획한 적이 있는데, 엄청 큰 공연이었어요. 리쌍, 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긱스 등 많은 아티스트 분들이 참여한 공연이에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입장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에요. 관객 분들이 너무 많아서 통제가 힘들었어요.
큰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스태프가 없었어요. 전문적인 사람들에게 스태프를 맡겨야 하는데 제 동생들, 친구들을 20명 정도 모아서 제가 일을 분담시키고 진행했어요. 입장권 나눠주고, 질서유지 등 이런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요. 물론 이건 공연기획측의 실수고 문제점이죠.
Q. 만들고 싶은 공연.
입장 관객 수와 퇴장 관객 수가 같은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이게 공연진, 관객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사람 수가 얼마나 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중간에 얼마나 나가지 않고, 변동이 없었느냐가 중요하죠. 관객 분들이 무대에서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재미있는 공연 큐시트를 짜는 게 기획자의 능력이라고도 생각해요.
<공통 질문>
Q. 음악과 공연기획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어릴 때 막연하게 음악을 시작했고, 기획은 음악을 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시작한 일이에요. 어쩌다보니 음악을 좋아하고, 기획은 능력자 아닌 능력자가 되었어요. 가장 최종적인 목표는 음악 안에서 자유롭고 싶어요.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어요. 잘 안 되는 것들이 많은데, 언젠가는 제가 음악 제작을 하면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제 자료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죠.
Q. 5년 후의 미래.
자유롭거나 일에 잡혀 살거나, 둘 중 하나일거에요.
Q. 래퍼, 공연 기획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마디.
제가 생각하는 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요즘 SNS, TV에서 나오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을 보면 디스가 많이 나와요. 이런 것들을 보고 힙합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이걸 보고 힙합의 전부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누군가를 욕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즘 가벼운 음악들도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랩이에요. 랩에서 가장 큰 매력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뱉는 거라고 생각해요. 리쌍, 에픽하이, 다이나믹듀오, 드렁큰타이거 등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얘기로 공감시키고, 그 이야기 안에 스킬과 펀치라인이 있어요. 근데 요즘 이야기는 뒷전이고, 다들 스킬, 펀치라인에만 너무 비중이 커졌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좋지만, 그 안에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연 기획을 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기획이라는 게 좀 애매해요. 저도 제가 공연에 서고 싶어서 시작했고, 자기가 서고 싶어서 만드는 건 상관없어요. 대신 스스로 만족하는 자애적인 기획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기대치, 가치를 높였으면 좋겠어요. 기왕이면 관객, 공연진도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이 좋잖아요.
오프라인에서 보여주는 게 공연인데, 좀 더 체계적으로 신중하게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Q. 신얼에게 엠제로란.(래퍼 엠제로 인터뷰 당시 남자친구를 찾고 있었는데...)
음... 신얼에게 엠제로란... 남자친구 같은 존재죠.(웃음) 짧은 기간에 친해졌어요. 성격도 잘 맞고, 절대 이성적이지 않은... 남자친구에요. 분명 예쁘고 이성으로 좋은 친구에요. 과분한 사람이죠. 꼭 이렇게 적어주셔야 안 삐져요.(웃음)
Q. 신얼에게 음악이란.
음악은 제가 일생 생활에서 뱉을 수 없는 고민거리를 뱉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고 있어요. 마치 일상인데, 일탈 같은 거예요.
Q. 추후 계획.
이번 년도에도 신얼쇼는 진행되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하고 싶어요. 엠제로씨랑 작업하는 것도 있고, 5일장 크루 활동, 제 개인 작업도 할 생각이에요.
Q. 마무리 인사.
오늘 이렇게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에요. 저를 조사해서 오셔서 질문을 던진다는 게 처음인데, 나쁘지 않았어요. 재밌었고, 늦었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신얼 음악도 많이 들어주시고, 공연도 많이 찾아주세요. 검색도 많이 해주시고, 좋아요도 많이 눌러주시면 좋아요! 지금까지 신이 버린 얼굴, 신얼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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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지수
사진/ 이민우
편집/ 안지수 jisoo4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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