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간단한 인사 부탁드릴게요.
극단 ‘셔터 201’ 상임 연출자, 작가를 맡고 있는 이명일이에요. 인터뷰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현장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열심히 하고 있으나 관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인터뷰라서 너무 좋아요.
Q. 연출가님의 극단 ‘떼아뜨르 201’이 영국에서 창단된 국제극단이고 ‘SU 201’에서 한국 이름으로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극단에 대해 소개 부탁드릴게요.
연출 공부를 영국에서 했어요. 영국 ‘런던’이라는 도시가 여러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로 많았어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도 영국인 외에도 다른 나라의 친구들도 많았죠. 각 나라의 친구들과 서로 문화를 주고받으며 연극적인 것들을 서로에게 주기 위해 만들었어요. ‘떼아뜨르’는 프랑스 발음이고, 영국식으로는 ‘씨어터 201’, ‘씨어터 SU’ 였어요. 2008년도 1월에 연출가 친구들이 만든 극단의 이름은 ‘수’였어요. 터키 친구와 함께 만들었는데, 대륙이 물로 이어져 있고, 물은 어디든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우리나라는 ‘수’가 물을 뜻하잖아요. 터키에서도 물이‘수’래요. 그래서 수로 정하게 되었죠. ‘수’에서 추구했던 건 희곡이 가지고 있는 언어의 장벽을 깨는 거예요.
‘연극이라는 장르는 언어의 장벽이 있다. 그리고 문화적 장벽도 있다.’ 우리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갖고 있으니 파괴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연극이 가진 공통적 언어와 관객과 소통할 때 언어가 아닌 다른 것으로 극복해보고 싶었어요.
Q. ‘피지컬 씨어터’는 몸으로 여러 감각을 표현하는 것 같은데? 굳이 ‘피지컬 씨어터’란?
한국에서 이해하는 ‘피지컬 씨어터’와 제가 바라보는 건 달라요. 한국에서의 ‘피지컬 씨어터’는 무용을 베이스로 한 무언극, 신체극, 마임, 무용극을 ‘피지컬 씨어터’라고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건 희곡을 바탕으로 배우가 자신의 정서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 혹은 강렬하게 표현해야 할 때, 관객들에게 중요하게 전달되어야 할 때 신체적으로 표현을 하는데 그 방법이 배우가 갖고 있는 정서를 스스로 무대화 시키는 거죠.
영국을 비롯한 해외의 ‘피지컬 씨어터’를 보면 저처럼 희곡을 베이스로 한 연출가들이 많아요. ‘프렌틱 어쎔브리’라는 유명 피지컬 씨어터 극단은 ‘맥베스’, ‘오델로’ 같은 탄탄한 희곡의 중요 부분들을 신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요.
2014 유망예술가 초청공연 포스터 ⓒsac.or.kr
Q.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는데... 외국 배우와 한국 배우의 특징이 있다면?
사람마다 다 달라요. 배우에 따라 다르고, 제작 여건에 따라 다르고... 배우라는 존재 는 비슷한데,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 배우들은 처음부터 뭔가 많이 갖고 있어요. 되게 잘하고 처음부터 뭔가를 보여주죠. 준비한 것도 많고 경험도 많아요. 10점 만점으로 했을 때 5부터 시작해요. 10을 향해 달려가지만 계속 5에 머무르는 사람도 많아요. 외국 배우들의 경우 바보처럼 아무 것도 안 갖고 와요. 생각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비우고 와요. 0부터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발전하는 거죠.
우리나라 문화가 급하고, 뭔가 잘하고 싶고 그러잖아요. 그런 문화 차이가 배우들한테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저는 배우들이 0부터 시작했으면 해요. 5부터 시작하면 5만큼의 경험, 자신만의 방법을 업고 시작하는 거잖아요. 계속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다 비우고 어린이 같은 마음가짐이 선입견도 없고,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나가는 게 훨씬 유리하고 좋은 것 같아요.
Q. 배우를 볼 때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저는 제 촉을 믿어요. 배우로써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확고한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자존심 없는 배우요.
예를 들면 연극은 무형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예술적 작업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창조하고 도달할 수 없는 작업이잖아요. 완성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몰라요. 예술 자체가 무형의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건데, 그 과정이 아주 격렬해요. 이 과정을 겪으며 자신에 대한 믿음, 확신이 부족하면 무너져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다, 나는 잘하고 있다.’라는 확신이 없으면 확 무너지는 작업이에요. 그래서 확신이 있는 배우가 좋아요. 자존심이 너무 강하면 수용력이 떨어져서 힘들어요. 오픈 마인드로 작업해야 하는데, 자존심이 상해서 못하면 너무 힘들어요. 연기를 잘하고 배우로써 만점이어도 어느 정도의 태도를 갖췄으면 좋겠어요. 열정적인 태도요!
Q. 이런 생각들로 뽑은 배우들과의 작품이 잘 되었나요?
연극이라는 작업은 길을 선택하는 직업이에요. 배우부터 시작해서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요. 꽃에는 줄기가 많이 있잖아요? 거기서 제가 원하는 것은 길래나고, 끊어내는 것이 연출 작업이에요. 그런 선택으로 배우들을 고르고,서로 부딪히고 험한 일, 좋은 일, 나쁜 일을 겪으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가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연습하는 과정이 인간의 감정을 다루고, 캐릭터를 창조하는 일이다보니 무언가를 표현하고, 감정을 나타내고 그러면서 감정들이 나오면서 서로 부딪히고, 얽히고... 어떤 때는 재밌고, 괴롭고, 힘들고, 상대방이 밉고, 안쓰럽고 이런 감정들이 짬뽕이 되면서 연습하는 것 같아요. 이러면서 작품이 탄생하는 거죠.
Q. 외국의 경우 파트가 세분화되어 작업을 하는데, 우리나라 연출가들은 다른 파트까지 직접 신경 쓰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저도 그런 부분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저는 운이 좋아서 많이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음향 감독, 조명 감독, 작곡가, 무대 미술가 등의 일을 하는 외국 친구들이 있었어요. 근데 우리나라 환경에는 제작비가 없으니까, 연출하는 사람들이 세트도 만들고, 만들다보면 다치기도 하고... 이제는 만능적으로 다 할 수밖에 없는 게 제작 여건 때문 인거에요. 초반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한국의 여건상 모든 연출가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죠. 안 그러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 또래 연출가들과 후배들은 이런 것들을 겪었었죠.
Q.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분위기, 자세의 차이가 있다면?
국내와 국외의 차이점은 있죠. 런던 같은 경우에는 극장 옆에 바가 있었어요. 그래서 와인 한잔 하고 와서 편하게 관람하고 중간에 나가는... 즐기는 문화가 있어요. 우리나라보다 더 오픈 마인드고 더 즐기는 문화에요. 연극을 보는 목적 자체가 심각하지 않고, 뭔가 즐기려는 거예요. 리액션을 잘해주면 배우들도 힘이 나겠죠. 슬픈 장면에서 관객들이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면 소통이 되고 그런 것들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돼요. 결국 관객은 작품을 완성시켜주는 존재에요. 무대 위의 감정, 사건들을 스스로 컨트롤 하면서 보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다 놓고,소통하면서...
Q. 한국에서는 ‘연극’을 한다고 하면 페이도 적고, 투잡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만났던 배우들은 대부분 투잡을 했어요. 외국에서도요. 다들 어려워요. 연극 뿐 아니라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어렵죠. 연출가들도 투잡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게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순수 예술에 종사하는 분들은 전 세계적으로 다 그런 것 같아요. 국가적으로 활동을 인정해주고, 보상도 해주면서 문화적 장치가 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편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많이 힘들어요. 덴마크 친구가 있는데, 그 쪽은 사회적으로 잘 되어 있잖아요? 책을 몇 권 낸 시인인데,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느껴요. ‘많이 어렵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저도 투잡을 하고 있고, 제작도 해야 돼서 일을 해야 돼요. 이런 부분들이 많이 힘들죠. 현실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아까 말했던 것처럼 배우들은 자기 확신이 없으면 많이 흔들려요.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물리적 보상이 없으니까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많은 배우들이 그렇게 생활하고 있어요. ‘나는 뭐지... 이 나이에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초반에는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비교적 덜 하게 되죠.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보상이 안 되니까 지치는 거죠. 오래 한다고 명예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연극배우로써 사람들한테 알려지는 것도 정말 극소수니까...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Q. 세계적으로 공통된 고민이고 문제점인데, 어떻게 해야 이런 점들이 개선될지 생각해 본적이 있다면?
생각은 많이 해요. 개인의 노력으로는 힘들죠. 국가적으로 문화적인 측면, 특히 순수 예술을 하는 분들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는 ‘한국 예술인 복지 재단’과 ‘연극인 복지 재단’이 있어요. 아직 출발 단계에요. 이런 재단이 주저앉은 예술가들을 일으키기에는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하고 있고, 사람들의 많은 관심으로 키워나가야 되는 부분이에요. 더 키우기 위해서는 국가적 제도 마련이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사람들의 문화 의식 체계도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시장 원리를 봤을 때 우리는 공급자에요.수용자는 관객들이죠. 관객들이 연극을 많이 봐야겠죠? 그래야 투잡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재단에서 단순하게 예술인들의 생활과 복지를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든 편하게 연극을 볼 수 있는 것들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알기로 영국에서는 퇴직한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없잖아요. 연금 같은 게 있지만, 문화생활까지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퇴직자 분들도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오게끔 할 수 있는 건 결국 시스템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문화를 형성하려면 제도가 체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할 것 같아요.
Q.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면서도, 가장 평범한 질문인데... 연출가가 된 이유는?
20살 때부터 연극을 했어요. 벌써 20년이 넘었죠. 연출을 시작한 것과 연극을 시작한 것에 대한 대답은 달라요. 초등학교 때 콩쿨을 하면서 성악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러다 집안 사정상 꿈을 포기하게 됐어요. 저한테는 이게 엄청난 상처였어요. 노래하는게 전부였고, 이 것만을 생각했는데, 갑자기 포기하게 되니까... 그럼 ‘무대에서 노래라도 불러봐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극단에 들어갔어요. 하다보니까 연극이 좋아지고 어느새 공부를 하고 있더라고요. 공부를 하다보니까 어느새 또 저는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어요. 강의를 나갔는데, 연출을 접하고 거기서 재미를 느꼈어요. 너무 재밌고, 연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서 유학을 가게 됐어요. 그리고 힘든 부분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니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좀 있죠.
Q.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등산이에요. 산을 좋아해요. 스트레스가 풀리죠.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잠을 많이 자요. 책도 많이 읽고, 그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요. 마음이 힘들 때 산에 가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풀어지면서 기분이 좋아져요.
Q. 연출가님만의 감성을 지키고, 만들어내는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제가 영감을 받으려고 하는 행위들은 딱 정해져 있어요. 걷는 것, 사색.
사색이라는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해요! 무작정 걸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보고, 떠오르는 것들을 생각하는 것들이 저한테는 많은 도움이 돼요.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것들을 느끼는 게 중요하죠.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글쎄요. 없어요. 한 작품만 고르기는 힘들어요. 모든 작품들이 그 당시에 나를 쏟아서 했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제일 좋다고 말할 수 없어요. 저는 제 작품이 다 좋다고 말해요. 왜냐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으니까요.결과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과정만 중요하게 생각해서... 한 작품을 뽑기는 어렵지만,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은 있어요. ‘맥베스’를 다시 하고 싶어요. 예전에 ‘피지컬 씨어터’를 했었는데 다시 하고 싶어요.
Q. 좋아하는 연극, 영화배우가 있다면?
주변 연극배우를 말하긴 좀 그렇고...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배우가... 내가 누구를 좋아하지? (웃음) 그냥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해요. 누가 좋아서 작품들을 챙겨보고 하지는 않아요.
Q. 좋아하는 영화는?
요즘에 영화를 잘 안 봐서... 저는 영화보다는 책에 가까워요. 제일 많이 읽은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이에요. 이 책이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많이 행동하게 만들었어요. 힘들 때마다 보는 책이기도 해요.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끔 책을 사줘요. 아주 쉬운 책이고, 꾸미지 않은 책이지만 진리를 얘기하는 책이에요.
Q. 인간 이명일에게 삶의 모티브가 있다면?
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런 게 있어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변은 못 드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에 대한 답변은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요. 계속적으로 존재하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요. 우리가 전염병에 위협을 받잖아요? 생사를 위협받고 있어요. 근데 그게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매 순간 그렇거든요.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지만 다시 못 만날 수 있는 사건, 사고가 생길 수 있어요. 우리는 앞날을 예상 못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처해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 이게 제 삶의 모티브에요. 항상 이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잖아요. 여기서 저는 최선을 다하고 싶고, 나아가서는 하는 모든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면서 살고 싶어요.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제 모티브고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요.
Q. ‘인간 탐구 시리즈’는 첫 번째가 ‘변기통’, 두 번째는 ‘닫힌 문’인데...
주제가 다 달라요. ‘변기통’은 인간이 갖고 있는 집착. ‘닫힌 문’은 사회가 제공하는 인간이 가지는 절망적 마음.세 번째로 하고 싶은 건 ‘희망’이에요. 지금 희곡을 다듬고 있는데, 초본은 나왔어요. 아직은 더 다듬어야죠. 저는 작품을 쓸 때 저부터 시작을 해요. 그리고 제 주변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거죠. 제 주변을 보면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죽는 사람도 있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절망이 전염병처럼 유행하는 것들을 봤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을 멈추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 뭘까, 어떤 특징과 속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절망’이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라면, ‘희망’은 이 긴 터널을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작은 등불이에요.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희망에 대해 얘기하면 희망을 잡기가 더 쉽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요. 공연 일정은 잘 모르겠지만, 1차 대본은 나왔어요. 더 다듬어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닫힌 문 포스터 ⓒsac.or.kr
Q. 이걸 하게 된 이유와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
‘왜 연극을 하는가?’ 이런 질문과 같은 것 같아요. 예술행위는 우리가 존재하고 있지만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못 가져오는 것들을 중심으로 가져와서 일깨워주는 거예요. 한 번 더 일깨워주고 생각하게 만들어줘요. 제가 생각하는 연극의 기능이에요. 예술가로서 이런 것들을 하고 싶고 저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이걸 통해 얻으려는 건 없어요. 그래서 계속 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기독교는 아니지만 제가 태어나면서 그런 의미를 찾으라고 누군가 나를 보낸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는 거죠. 물론 시작은 개인이지만 결국 예술의 기능을 생각하고, 예술을 하는 것에 대한 타당한 의미를 스스로 찾는 거죠. 계속.
Q. 연극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아까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연극은 순수 예술이에요. 뮤지컬과는 다르죠. 순수 예술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서일 거예요. 이런 부분들은 초반에 일시적인 만족 밖에 못줘요. 단순하게 좋은 게 아니라 어떤 신념을 갖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쉽게 무너져요. 명예, 돈이 되진 않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예술인으로 계속 존재하고 싶다면 가치체계, 의미를 채우지 않으면 힘들어요.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것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생각하세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보면 노인이 물고기를 잡고 뭍으로 갖고 오기까지의 과정이 고난과 역경, 적과의 만남, 사투 등의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결국에는 하나도 남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게 삶과 너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걸 읽으면서 연극이라는 작업도 무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고비들이 너무 많이 와요. 이 책에서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 인간으로써 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듯이 시작하려는 후배들도 무언가를 찾길 바라요.
Q. 추후 활동 계획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지금까지 작/연출을 많이 해왔는데, 동시대에 살고 있는 극작가와 작업한 적은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 같이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해무’를 쓴 ‘김민정 작가’와 함께 작품을 할 예정이에요. 우리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단계에 있고, 이 분은 글을 쓰고 있어요. 아직 미정이지만 10월 ~ 11월쯤에 할 것 같아요. 또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토탈 시어터’ 작품 하나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 외에는 평소 써놓은 글들도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요.
Q. ‘해무’의 ‘김민정 작가’와 만나게 된 계기는?
다른 작가와 작업해 본적은 없는데... 이 작가는 장르를 넘나들면서 현실적인 글, 연극적인 글도 써요. 만나게 된 계기는 아는 분이 작가와 연출로서 맞을 것 같으니 만나보라고 해서 만나게 됐어요. 제가 먼저 작품을 같이 하는 게 어떻겠냐고 프러포즈를 해서 같이 하게 되었죠.
Q. 독자들에게 마무리 인사.
‘젊다는, 아직은’이라는 말을 쓰잖아요. 막 시작하려는 20대 중반, 30대 초반의 이 시대 젊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너무 힘들다는 것 알고 있어요. 취업도 안 되고, 심각할 정도로 학연, 지연, 실력을 떠나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화적 공간에서 힘을 잃지 마세요.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 자기 나름대로 삶에 대한 시각을 다르게 보세요. 남들처럼 못산다고 절망하지 말고, 물질적인 게 없다고 스스로에게 좌절하지 마세요. 인정해주지 않는 절망감, 부당함 속에서 용기를 가지세요.
두 번째는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세워서 독립적이고 주관적인 삶을 같이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은 살기 힘들어요. 많은 분들이 동감할진 모르겠지만, 뉴스를 보면 그래요. 사회적인 것에 희망을 잃지 말고,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도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꾸준하게 제 작품을 통해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있어요. 이 안에서 가치와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해요.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고 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고, 외모만 추구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길 바라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이우정
사진/ 김미리
편집/ 안지수 jisoo4961@naver.com
극단 Theatre 201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theatr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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