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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Art

성우 김상현 "문득 생각날 것만 같은 목소리"

평범하지만 가끔은 분에 겹도록 행복한 것들..

구름없는 밤하늘을 본다거나, 익숙지 않은 브로콜리 수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

사랑한다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과 또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진하고 부드러운, 뜨겁진 않지만 속으로 넘기기 쉬운 온도의 브로콜리수프 같은 그녀, 그녀에게

말을 건네므로 돌아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겹도록 행복으로 취해볼 시간.







/인사 say hello

기억하려는 듯 취재원 한명 한명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주었다. 질문을 건네기 전부터 우리에 대해 질문하고 궁금해 하며 인터뷰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조심히 드러냈다. “인터뷰를 최근에 안하다보니까 뭐라 해야 할지” 한참의 고심 끝에 “안녕하세요?” 라고 웃으며 간단한 인사를 보내는 그녀는 청바지에 청재킷과도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지인들과의 만남을 이루며 운영을 돕고 있다는 pub 에서 진행된 인터뷰 “작년에 연소, 석방, 폭발 대적할 이가 없는 이라는 김수현 감독님의 중편영화에 배우로 참여도 했고, 또 거기에 제 이야기가 나와요˙˙˙”  좁지 않은 가게안에서 요즘 근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는 거친 느낌의 시멘트를 바른 벽과 훤히 드러난 주방까지 구석구석 채우고도 남았다.




/성우가 된 계기 opportunity

그녀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처음 연기와 목소리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연기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저는 목소리로 하는 게 흥미로워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하게 방송국 오디션이 있다는 것을 열흘 전에 알고 준비를 통해 오디션을 통과했어요.”


“처음엔 떨리기도 했죠. 다들 세련되고 준비가 많이 된 분들에 비해 저는 좀 서툴러서 다들 이상하다고 했었어요. 지금이야 더 많은 분들이 저에게 귀를 기울여주시고 친숙하게 느껴질 만한 부분이 생겨서 그런 것들이 덜 하지만, 늘 제 목소리는 낯설고 새로운 느낌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만족할만 함에도 아직까지 자신의 목소리에서 부족한 점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녀, 높은 톤을 낼 때는 안정적이지 못한 것 같다며 스스로를 평가했다. 높은 톤 하니까 문득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통화하던 일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목소리 voice

취재원이 처음 전화했을때 수화기 너머의 소리에 조금 당황했었다. 낮은 톤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접촉 했음에도 전화라는 매개체를 지나 전달되는 목소리는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목소리였다. 조금은 생뚱맞은 기억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낮은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목소리가 낮다는 소리는 어렸을 때 부터 들었는데요. 지금은 낮다는 느낌 뿐 아니라 안정되어 있는 느낌이 들잖아요, 제가 발성을 하고 조율을 하며 생긴 부분이 있겠죠.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도 목소리로 표현 하는 것들을 좋아했었어요. 여섯살때 녹음 한것을 초등학교 때 들어보고 재밌어한 기억이 있긴한데 연기나 낭독은 아니었고, 노래였어요(웃음) 그 이후로도 계속 관심이 이어졌던 것 같아요"  


 "제가 제 목소리를 가꾸어야 되는 과정이라서 누구를 부러워 한다거나 그럴 개제는 없었어요. 대신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고유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믿어요. 스스로 자기의 목소리를 발견해서 들려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아무래도 조율이나 이런 부분이 지나치게 안정되 있어서 잊고있던 부분들을 각성하게 되요. 삶속에서 투명하고 맑은 자기를 드러내는 목소리를 낼줄 아는 사람은 다른 것도 그렇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간혹 목소리에 대해서 직업으로 편중되었을때 문득 들리는 그런 감성을 지닌 목소리가 저를 아주 고요하고 기분좋게 만들어요."




/작업 이야기 work


인류가 목소리라는 개체를 사용하므로 소통을 이루게 된 십여만년의 세월동안 수없이 많은 울림이 서로의 생각과 감성을 공유했으리라. 그녀의 작업속에서도 결국 다른이들 안에서 주고받는 영향의 중요함을 읽을수 있었다.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톤으로 읽느냐는 것은 실제로는 2차적인 것이고.. 성우로 하는 일 안에는 제품, 개인, 활동, 인생,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이유 등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 많은 것들이 있어요. 그 작업을 가지고 온 사람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있을 텐데 그 사람의 모습 또한 저에게 영향을 주겠죠. 여러 영향 속에서 사람의 냄새가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타고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래서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흡입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창피해 life is peachy


 최근 작품을 같이했다는 김수현 감독님은 그녀와 작업 하는데 있어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사람들 중 하나다. 김수현 감독님과 함께한 다른 영화인 창피해는 학생의 그림을 찢으며 조롱하는 강한인상을 남기는 그녀의 연기로 시작한다. "창피해 같은 경우에는 동성간의 사랑인데 세 여자가 나오고 셋다 교감하는 내용이 나와요. 제가  맡은 역할은 교수인데 수중태아 연기를 할 젊은 친구를 오디션에서 같이 바다를 가요. 가면서 이사람들 얘기에 공감하면서 사랑을 느끼는 그런 캐릭터에요.모든 씬을 다 찍지는 못했는데요.굉장히 경쾌한 캐릭터인데 제가 좀 해석을 잘못해서 지나치게 시니컬한 캐릭터가 되지는 않았나 하는 후회는 있어요." 시니컬하다기 보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젖어 있는 그녀를 볼수 있다. 낯선 분위기의 사랑에서 느껴지는 사랑이란 감정(자신을 사랑하는 감정을 포함하는 것)의 묘한 공감에서 오히려 경쾌함을 찾을 수 있는 영화였다.




/성우 외 더빙 opinion


"성우분들의 애니메이션 더빙을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맛깔스럽고 사랑스럽게 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목소리로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전문가들이시고요. 그런것들을 늘 들어왓기 떄문에 당연한거라고 생각을 하시면 그건 안될것 같고요." 대답하기 난감하리라고 여겨져 망설이던 질문에도 담담하게 생각을 이어 나갔다. 최근 제작된 애니의 대다수는 홍보를 위해 연예인 더빙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누가 더빙했는지를 가지고 적극 내세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누리꾼은 이 주제 안에서 신선하다는 생각과 전달력 부족등의 문제가 있다는 두 가지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의 기용을 통해 산업적으로나 작품으로서 신선한 효과를 가지고 올수 있다면 그 분들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아서는 안되죠. 그렇지만 작품이 아주 괜찮다면 작품을 믿고 성우분들을 기용하셔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보실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성우를 꿈꾸는 이에게 advice


"목소리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들, 성우는 근사하답니다.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메뉴얼을 보기전에 스스로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나의 호흡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세요. 그러다 보면 지금하고 있는 노력이 얼마나 값진지 알게 되실겁니다."




/마무리 say goodbye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녀는 투명함 짙은 목소리로 이렇게 인사했다.

"질문해 주시고 답변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놀아보아요."




2014년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 있으신가요? 


놀기의 진수를 스스로 만끽해 보렵니다.




성우와 배우 어느것에 더 애착이 가시나요?     


둘다 좋아요. 세세하게 보자면 배우로서는 스크린이나 무대에 따라 해야될게 더  많은거 같기는 해요. 




어떤 성우로 기억되고 싶은신 가요?


지나고 났더니 어떤 소리가 있었더라.. 문득 지나가다가 어떤 사소한 추억할 만한 물건 속에서 스쳐지나가듯이 생각나는 아련한 느낌 . 그렇게만 남는다면 아주 멋있을것 같아요. 근사할것 같아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안지수

사진/ 이시정

편집/ 양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