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치원, 소울원
Q. 인사.
이치원(이하 이) : 안녕하세요. 이치원&소울원에서 작곡을 맡고 있는 이치원입니다.
소울원(이하 소) : 안녕하세요, 이치원&소울원에서 노래하고 가사, 멜로디를 만드는 소울원입니다. 반가워요.
Q. 인터뷰파인더와 처음 인터뷰를 진행한 게 올해 초인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 : 계속 앨범 작업하고 그 사이에 한기란 씨 편곡 작업도 하고 바쁘게 지냈어요. 집에 못 가고 작업실에서 살았어요.
소 : 저는 운동하면서 계속 노래 만들고 별다른 일 없이 지냈어요.
이치원 &소울원 <파랗던 꿈> ⓒmelon.com
Q. ‘파랗던 꿈’이 발매되는데.
이 : 제가 작곡, 편곡에 참여해서 정규를 내는 게 다섯 번째에요. 이 다섯 번 중에서 제일 떨려요. 제일 하고 싶었던 음악이에요. 올댓은 앨범을 3장을 냈지만 콴과의 조합보다 소울원과의 조합을 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콴이랑 올댓을 했을 대는 퓨전 음식 같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니까 묘한 느낌이었는데, 소울원과 하는 건 둘 다 원하는 방향이 비슷해서 좋았어요.
소 : 둘 다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어요.
이 :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혹시 콴하고 사이가 안 좋은 거냐고.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잘 지내고 있어요. 콴은 유부남이고 저는 미혼이니까, 미혼은 미혼끼리 더 잘 놀죠.(웃음)
소 : 정규는 처음이라서 정신없이 작업했어요. 좋은 경험이었고 결과물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고 기대되고, 뮤직비디오도 촬영할 수 있게 됐어요.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뿌듯해요.
Q. ‘파랗던 꿈’에서 ‘파랗던’의 의미는.
소 : 파랑새라는 노래 있잖아요.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이 노래요. 저희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 워낙 어린 나이였으니까 많은 꿈들을 꾸면서 시작하고 달려왔는데, 어느덧 10년에서 20년으로 넘어가면서 그 꿈들이 어렸을 때 꾸던 꿈들과 조금씩 달라지는 거예요.
완전 진한 파란색의 꿈은 아니지만 파스텔 톤의 파란색.
이 : 저는 약간 슬픈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꿈꾸던 것 중 하나는 제가 음반을 처음 낸 게 2007년이었고, 그 전부터 알앤비라는 장르를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지금의 힙합씬처럼 독립적인 씬이 생기는 걸 꿈꿨어요. 이게 진한 파란색 꿈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까 혼자해서 되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 꿈을 연하게 축소시키고 저희 앨범 가사들을 보면 슬픈 게 많아요. ‘괜찮아’라는 단어가 약간 힘 빠지는 괜찮아죠. ‘이 정도면 괜찮아...’ 이런 느낌이에요.
Q. ‘넣어둬’는 남자들끼리 흔하게 하는 이야기인데, 두 사람의 최근 술자리 이야기 주제.
이 : 1번 skit은 친구들하고 술 마시다가 녹음했어요. 그 친구가 다니는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고 연봉이 깎였어요. 그리고 이혼을 하고. 아픔이 있죠. 그 친구가 여자를 못 만나겠다고 하더라고요. 믿을 수가 없다고. 저는 그 친구가 이혼하는 과정을 다 봤어요. 제 생각에는 그 친구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너무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자존감도 떨어져 있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노래를 하게 됐어요. 술을 사는 것보다 이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가사를 보면 “친구야 네가 잘못한 거 하나 없어”라는 부분이 있어요. 수다쟁이 피쳐링인데, 스킷도 안 들어보고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딱 가사로 써왔어요. 남자들이 모이면 항상 하는 얘기 있잖아요. 근데 그게 지겹지 않다는 거죠.
소 : 남자들 모이면 일단 여자 이야기, 정치, 에이 답 안 나온다, 술이나 마시자, 이러는 거죠. 요즘 술을 잘 안 마셔서 술자리를 자주 갖진 않지만 식사 자리를 자주 가져요. 카니예 웨스트도 항상 점심은 자기 크루, 회사 사람들하고 먹는데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점심에 다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해요.
SNS로만 소식 주고받는 것보다는 같이 밥 한 끼 먹으면서 안부 묻고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시간을 갖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Q. ‘그 때 그 시간’은 과거를 노래했는데, 작업하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소 : 30대 초중반, 그 때 그 시절 음악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면 거의 공감을 하더라고요. 마스터플랜 돈까스 집. 추억이죠. 저는 중학생이었고 마스터플랜이라는 곳에 찾아갔어요. 주석 형님, 그 때 당시 CB Mass, 가리온 형님들 그 때는 무대 위에 있었고, 저는 무대 아래에 있었죠. 어느 순간 그 자리에서 저희가 공연을 하고 형님들이 식사를 하던 돈까스 가게에서 우리가 밥을 먹고.
계단 같은 거죠. 그 때는 홍대보다는 신촌 쪽에서 더 자주 놀았어요.
이 : 저는 그런 형들을 보러 다니진 않았어요. 대학교 힙합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시작을 했어요. 회장도 했어요. 테이프를 너무 많이 들어서 늘어나서 또 산 적도 있어요. 아버지께 졸라서 CDP를 사기도 했고요. 집안이 어려웠는데 철이 없었죠.
소 : 골목에 모여서 나스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길거리에서 배우고 사람들을 만났죠. 길거리 문화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생각해요. 이번 저희 앨범 피쳐링이 다 30대에요. 일부러 30대로 맞췄어요.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쓸 수 있는 사람들로요.
이 : 잘하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던말릭, 슬릭도 있는데, 기왕 하는 거 30대로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섭외할 때 나이를 모르면 몇 살이냐고 먼저 물어봤죠.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음악을 어떻게 접했는가.(그 당시 즐겨 들었던 노래는.)
이 : 저는 중학교 때 아무것도 없었어요. 97년도였나, 그 때 드렁큰 타이거 1집이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난 널 원해’를 들었고 97년에 96년도 그래미 상에 나왔던 음악이 테이프로 나왔는데,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줬어요. 이게 제 인생이 반전이었어요.
96년도 그래미 테이프 1번 트랙이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랑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의 'One Sweet Day', 2번 트랙은 쿨리오(Coolio)의 'Gangsters Paradise'였어요. 처음 듣는 음악이었고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나스(Nas) 2집을 들었어요. 2번 트랙 ‘The Message'. 이걸 듣는데 소름이... 처음 들었던 게 이스트 코스트였고 나스, 비기 등등... 노량진에서 재수를 했는데 작은 레코드 샵이 있었어요. 흑인 음악이 정말 많았고 늘 귀에 꽂고 살았어요. 그 때는 디아블로 2 아니면 힙합이었어요.
소 : 저는 무난하게 듀스, 언타이틀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 어머니께서 보이즈 투 맨을 좋아하셔서 접하고 밤마다 자주 들었어요. 저는 형이랑 다르게 중학교 때 웨스트를 먼저 들었어요. 닥터 드레(Dr. Dre), 투팍(2pac), 스눕독(Snoop Dogg)을 들었어요.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알앤비에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이 첫 내한을 왔는데, 그 때는 누군지 몰랐어요. ‘흑인 음악의 황제’라고 하길래 가봤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그래서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리고 아직까지도 연구하면서 듣는 건 디안젤로(D'Angelo)에요. 들을 때마다 ‘어떻게 이걸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Q. 피쳐링 섭외를 하면서 특히 어려웠던 사람이 있다면.
이 : 사실 섭외가 됐다가 시간문제로 바뀐 사람이 있어요. 주석 형인데, 처음에 한다고 했다가 어쩔 수 없이 못하게 됐어요. 형이 정말 미안해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으로 구했죠. 그게 누구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바뀐 분의 피쳐링도 상상이상으로 잘 됐어요.
딥플로우 같은 경우는 섭외가 어려웠던 건 아니지만 미국 스케줄이 있었어요. 다른 트랙들은 다 완성되었고 딥플로우의 피쳐링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발매일을 잘 맞출 수 있을까 약간 조마조마 했는데, 베테랑답게 정말 잘해줬어요.
Q. 이치원님은 더 보컬을 늘려볼 생각은 없는지.(노래가 괜찮은데.)
이 : 저는 프로듀서가 메인이고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일 귀찮아하는 게 가사 쓰는 거예요. 저는 분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웃음) 제 보컬을 저 스스로 알기 때문에... 저는 ‘걱정하지 마’처럼 터지는 발성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낭낭하게 부르는 게 제 스타일이에요. 근데 이걸로 10곡 이상을 채우면 소금 안 탄 곰탕을 계속 먹는 느낌이 날 것 같아서... 가끔씩만 했어요.
소 : 제가 안 되는 부분을 형이 하고, 그래도 이번에 형이 노래를 많이 했어요. 은근히 많이 숨어있어요. 철저한 분업화죠.
Q. 이번 앨범에서 아끼는 곡.(혹은 추천 곡)
이 : 별. 별이 그거에요. 이미 세상에 없는 가족, 친구, 존경하는 사람.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슬픈 곡이죠.
소 : 밝은 느낌의 곡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데 슬픈 노래에요. 이 곡을 새벽에 썼는데, 미국에서 몇 달 있다가 한국 오니까 별 보기가 힘들더라고요. 지붕에 올라가서 별을 보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행복감이 굉장히 좋은데, 그 것도 그리워지고 친구들도 그립고 떠나간 가족들도 그립고...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을 떠나는 존경하는 아티스트들이 하나둘씩 생기잖아요. 그런 사람들도 그리워지고...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는 노래에요.
Q. 녹음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
이 : 저희 녹음 할 때 거의 술에 취해있었어요. 거의 모든 곡이 다요.
소 : 만취는 아니었어요. 제가 맥주를 굉장히 좋아해서...(웃음)
이 : 올 때마다 맥주를 사오니까... 저는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소 : 술자리는 싫어하는데, 맥주를 좋아해요. 샤워 끝나면 땡기지 않나요?
이 : 저는 사실 걱정이 됐어요. 녹음할 때마다 그러니까... 그래도 ‘걱정하지마’ 녹음할 때는 괜찮았어요. 취한 상태에서 복받쳐 오르는 게 있어서...
소 : 형한테 비트 받고 작업 하다가 나가서 술 마시고 다시 와서 작업을 했어요. 불 다 꺼놓고 거의 프리스타일로 가사를 쓰고 녹음을 했죠. 술기운을 빌려서 하늘에서 던져주셨죠.
감사하게 받아서 녹음을 했는데, 술기운 때문에 음이 안 맞는 부분은 형이 튠 작업을 해줬죠.(웃음) 이 날 감성이 잘 나왔어요.
이 : 제가 거의 튠 계의 슈바이처 정도.(웃음)
Q. 이치원과 소울원에게 파랗던 꿈이란?
이 :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했어요. 20대 때는 끊는 피와 욕망 덩어리가 주제였고 저번 미니앨범 때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와 평소 생각들까지 합해졌어요. 이런 얘기들을 했다는 게 저한테는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소 : 제일 저다운 이야기를 했어요. 소울원보다는 최창원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최창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앨범이에요. 가사 틀 자체는 2시간을 넘게 쓰지 않았을 정도로 바로바로 나왔어요. 순간순간 감정에 충실했어요. 막 쓰지 않았고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저에 대해서, 제일 투명한 색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 : 차이점을 두고 싶었어요. 요즘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유행하는 음악은 만들 수 있지만,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할 수 있는데, 너네는 못 하는거.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감성적인 부분이니까... 그래서 ‘Back To My Future'도 리믹스로 바꿨어요.
그리고 작업하면서 반주 넣고 리듬 패턴도 바꾸면서 다채롭게 하는 건 예전에는 자주 했는데, 이번에는 최대한 자제했어요. 시선이 가사로 가는 걸 뺏고 싶지 않았어요. 꼭 어렵게 코드를 써야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 : 굿 뮤직(Good Music)보다는 필 굿 뮤직(Feel Good Music)으로.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이 : 늘 얘기하는 거지만 이런 음악도 있으니까 들어주세요.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들어요. 그래서 사운드 클라우드로 일주일 무료 공개를 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생긴 거랑 다르게 무서운 사람이 아니에요.
소 : 저희가 생각보다 접근성이 용이한 아티스트들이에요.
이 : 쉬운 남자들이에요.(웃음)
소 : 무료 공개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서... 좋아하면 당연히 시디를 사겠죠?(웃음) 지나가는 팬보다는 같이 가는 팬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 얘기를 듣고 좋아해주길 바라죠. 무료로 듣더라도 리스펙이 생기면 구매하게 되고... 그런 팬들이 많이 생겼으면 해요.
이 : 이런 말이 있잖아요. 어떤 한 줄 때문에 오해가 생기면, 그 오해를 풀려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다고. 저에 대해 혹시라도 오해한 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제가 다 설명해드릴게요.
마지막으로 음원으로 들을 때는 노래들이 다 떨어져 있어요. 근데 CD로 들으면 겹쳐 있는 부분이 있어요. 의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걸 신경 써서 들어주셨으면 해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치원 : https://www.facebook.com/byun.sangwon
소울원 : https://www.facebook.com/lifeone1
인터뷰/ 안지수
사진/ 고재광
편집/ 안지수 jisoo4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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